"특권과 의무"

세상에는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권은 권력적인 신분상징이며 또 다른 권력을 만들어 내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특권이라는 것은 사실 눈에 보이는 것이라기보다도 보이지 않는 권리이자 힘입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은 특권을 보이게 드러내서 마치 특권자체가 도하나의 권력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최고권력자는 모든 방면에서 특권을 누립니다.  심지어는 죄를 지어도 당장 잡아가지 않습니다. 아울러 최고권력자 앞에 머리 조아리며 권력자에게 아부하는 이들도 특권을 누립니다. 아무 것도 갖지 못한 사람이 특권을 누릴 일은 별로 없습니다만 특별한 아부와 충성심으로 특권을 얻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자신이 조그마한 권력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총체적인 권력을 가진 이로부터 특권을 얻어 누리기가 쉽습니다. 왜냐하면 그 권력으로 최고지도자를 돕거나 최소한 반대하지 않을 여건을 만드는데 중요하게 이용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목사와 같은 종교 지도자들은 국가적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에게 특권을 누릴 자격을 하사 받습니다. 정치와 종교는 별개의 영역이지만 지금까지 한국 역사를 보면 종교지도자는 최고권력자의 주위에서 서성거리며 대통령으로부터 많은 특권적 지위를 누렸습니다. 과거 독재정권하에서는 국가조찬기도회라는 것을 정기적으로 참석해 갖은 형용사로 독재자를 칭찬하고 축복했던 전력이 있습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그 시대에 개신교는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그것도 물론 특권의 한 모습일 것입니다.
여전히 목사는 정치사회적으로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습니다. 요즘 쇠고기 반대 거리시위를 할 때 시민들은 다수 연행하지만 목사라는 신분이 확인되면 웬만해서는 연행해가는 일이 없습니다. 연행되려고 안간힘을 써도 오히려 외면하고 한쪽으로 밀쳐냅니다. 그것을 보고 목사가 그동안 알게 모르게 누린 특권이 많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낍니다. 그렇다면 누렸던 특권에 비해 얼마나 의무를 다 했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동안 누린 것에 대해 감사하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환원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그 특권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더 많이 누리고자 권력의 충실한 하수인이 된 것은 아닌가 하는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목사들 정신 차려야 합니다.

방현섭 목사(좋은만남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