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못할 짓"
지난 화요일에는 사회참여적 성향을 가진 목회자들이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경찰의 강경진압에 맞서 비폭력 '눕자'로 맞대응하였던 YMCA연맹 총장과 회원들을 경찰이 무차별적으로 짓밟은 일이 있었는데 이와 관련하여 경찰의 폭력진압을 규탄하며 평화집회를 보장하라는 요구를 하고 청와대에 서한을 전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경찰이 호락호락하게 목사들을 청와대로 보내줄 리는 만무합니다. 결국 몸싸움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연세가 50 이상 되신 목사님들이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새파란 20대의 젊은 전경과 몸싸움을 하는 모양새부터가 정말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니 목사님들이나 전경들이나 서로 눈길을 떨군 채로 몸만 부딪히며 씩씩거리고 있었습니다. 아닌게아니라 저도 방패로 막은 전경들과 맞부딪히는데 그 눈을 도저히 못 쳐다보겠더라는 것입니다. 후에 목사님 한 분이 자유발언을 하시면서 눈물을 글썽이셨습니다. 자기 아들도 그 또래, 그 또래보다 조금 윗또래인데 그런 청년들, 아들 같은 청년들과 몸싸움을 벌여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몸싸움을 벌이면서도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무엇이 우리를 이처럼 적대적인 관계로 만들었는가, 무엇을 위해 우리가 서로를 미워하는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때, 다른 장소에서 만났다면 즐겁고 인격적인 아름다운 만남이 되었을 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장소를 옮겨 다시 진행된 목사님들의 행진을 맞아준 것도 역시 전경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입은 티셔츠 가슴에는 ‘806’이라는 숫자가 찍혀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교회 맞은편에 있는 전투경찰대인 것입니다. 가끔 음료수와 만화책을 한 봉지 가득 들고 교회 앞을 지나가기도 하고 전역을 하여 개구리복을 입고 가는 이들도 보았던 바로 우리 이웃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저의 맞은 편에 서서 한껏 긴장한 채로 열을 지어 서 있습니다.
지금 이 정권은 국민들에게 차마 못할 짓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을 서로 대적하고 미워하게 하는 일, 아들과 같고 아버지, 삼촌과 같은 이들을 멱살잡이 하고 싸우게 시키는 일! 막힌 담을 헐고 평화를 이루어야 할 이 시대에 차마 못할 짓에 내몰린 것이 너무 가슴 아픕니다.
방현섭 목사(좋은만남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