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있어야 할 곳"

저는 지난 수요일에 목사로써 감히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을 감행하였습니다. 수요일 저녁예배, 우리교회식으로 말하면 수요성경대학을 모이지 않고 그 시간에 서울광장으로 향했던 것입니다. 목사가 수요일 저녁에 교회에 있지 않고 거리, 시위현장으로 나간다는 것은 대부분의 성도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행위일 것입니다. 아내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걸 뒤통수에 따가운 눈총으로 느끼며 서울광장으로 갔습니다.
지난 21일 경찰버스로 막아 세운 담으로 상징되는 공권력의 부당한 폭압행위를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비폭력 평화운동의 힘으로 넘겠다고 선포하고 버스담을 넘자마자 연행되신 정연길 목사님의 글을 보고 '혹'했던 것도 있었고, 25일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를 강행하는 것에 항의하여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는 12세부터 81세까지 40여명의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하였다는 소식을 인터넷에서 접하고 분노가 끓어올라서 그랬던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나가는 길에 계속 마음에 걸리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 시대에 교회가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서울광장에서는 보수우익 기독교단체들이 모여서 기도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2-3백 명이나 될까하는 무리가 모였는데 복음성가를 크게 틀어놓고 스피커가 찢어져라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기도하는 진행자의 목소리가 귀에 무척 거슬렸습니다.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교회 혹은 기독교인이나 촛불시위를 반대하는 교회, 기독교인이나 거리에 나와 있는 것은 피차일반입니다. 어떤 이는 기도회를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가 하면 촛불교회(서울광장에 지어진 촛불지지 천막교회)를 비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니 교회가 교회(종교)밖으로 나오는 것은 비난꺼리가 되지 않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교회가 있어야 할 곳이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나선 백성들이 서있는 편인가, 아니면 백성들을 폭력으로 압살하는 편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교회가 종교 영역 안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현대정치사회에서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어디에 서 있을까 하는 것은 분명한 신앙고백적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다시 질문을 합니다. 세상에 나온 교회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일까? 만약 예수님이시라면 어디에 서 계셨을까? 그곳은 분명 정의와 진리, 자비의 땅일 것입니다.

방현섭 목사(좋은만남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