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왕자씨를 추모하며"

온 나라가 최고기와 촛불 정국으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갑자기 북한의 총격사건이 불거져 나왔습니다. 왜, 어쩌다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슴 아프게도 이 사건으로 50대 여성인 박왕자씨가 유명을 달리하시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남북분단이라는 모순적 상황으로 인해 억울한 희생을 당하신 박왕자님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이여, 편히 잠드소서!
북한은 명백히 잘못을 저질렀음을 인정하기를 바랍니다. 물론 나름대로 정당성을 주장할 수는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북한의 상황과 체계도 있을 것입니다. 북한이라는 현실적인 분단체계에서 부주의하게 돌아다닌 박왕자씨에게도 책임은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무기도 소지하지 않은 50대 여성을 향해 살인무기를 들이대고 결국 방아쇠를 당겼다는 것은 명백한 과잉대응이고 살인인 것입니다.
이제 북한이 미국과 직접대화를 하다 보니 남한에 대한 비중이 줄어든 것도 사실일 것이고 이명박 정부가 정권을 장악하자마자 반북인사를 통일부장관에 임명하는 등 북한을 자극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그동안 남한국민이 보여주었던 인내와 지원, 포용을 기억하고 정중하고 진실하게 사과하기를 바랍니다. 우리 동포는 대결과 반목보다는 평화와 화해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번 일로 동포 간의 냉전적 대결이 반복되지 않도록 북한이 성의 있는 대응을 해 줄 것을 엄정하게 요구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피격사건이 일어나자 '북한이 비무장 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케 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은 맞는다고 생각하면서도 뭔가 석연치 않아 입맛이 쓴 것을 느꼈습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협상과 관련하여 아무런 무기도 없이 두 손에 촛불과 손푯말만을 든 비무장 국민을 방패와 곤봉, 살수차로 때리고 찍고 쏘고 하라고 지시한 게 누구인가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한 샘에서 쓴물과 단 물이 나올 수 없다던데 참 희한한 입입니다.
성경은 자기가 대접 받고 싶은 대로 먼저 남을 대접하라고 가르칩니다. 이 말씀을 오늘날 북한과 남한의 위정자들은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사회주의국가로써 그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인민의 인명을 살상한데 대해 남한은 민주주의국가로써 국민여론을 무시하고 폭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방현섭 목사(좋은만남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