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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사회에서 가장 심하게 ‘죽일 놈’으로 불리는 이가 있다면 아마도 한상렬 목사일 것이다. 한상렬 목사는 지난 6월 12일 중국을 경유, 무단으로 방북하여 올 8월 15일에 맞춰 판문점을 통해 남하할 예정이며 국가정보원은 남하 즉시 체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렬 목사는 기독교장로회 전주고백교회에서 아내인 이강실 목사와 함께 목회하고 있으며 교계보다는 사회운동진영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과 예수살기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무단으로 방북한 한상렬 목사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북한이 좋으면 거기서 살도록 못 내려오게 하라’며 비난하고 있으며 보수적 언론들도 일제히 마녀사냥에 몰두하고 있다. 한 목사는 방북 후 북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천안함 사태의 책임이 남한 정부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북조선 지역의 유적지를 참관하면서 북조선의 정권을 찬양하였다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 개인이 보수적 인터넷 사이트 자유게시판에 올린 ‘한상렬 목사의 기도(추측)’이라는 글이 인사이더 월드라는 인터넷 언론에 마치 사실보도인 것처럼 게재돼 물의를 빚어 한상렬 목사를 고소인으로 한 소장이 접수될 예정이기도 하다.

일반 사회적 분위기도 그렇지만 기독교계에서도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듯하다. 보수적 기독교계는 언제나 그렇듯이 맹렬하게 한 목사의 행보를 비난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이광선 대표회장은 한상렬 목사를 '전형적인 친북 좌파'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북한의 위장 평화 선전에 철저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기독교장로회에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하였다. 크고 작은 교회에서 격렬하게 한 목사를 비난하는 설교들이 발설되고 있다고 여겨진다.

한편 진보적 기독교계도 부담스러운 입장인 것 같다. 과거 문익환 목사의 방북에 비해 한상렬 목사의 방북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기독교계와의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개인 차원의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어떻게 끼어들어야 할지 난감한 표정으로 한 걸음 물러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천안함 사태로 대북 국민여론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한 목사의 돌발적 방북이 추후 대대적인 공안열풍을 조성할 여건을 마련하는 등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심지어는 한 목사를 잘난 척하면서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며 이번 방북을 그와 같은 관점의 연장선에서 이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8월 15일 있을 한 목사의 남하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도 소극적이다. 현재 예수살기와 진보연대, 기독교장로회 등이 주축이 되어 당일 임진각역 앞에서 평화통일기도주일 예배와 더불어 한 목사의 환영식을 개최할 계획을 세우는 것이 고작인 것 같다.

 

한상렬 목사의 방북이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고 불편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방북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한 목사의 무단방북은 실정법을 어긴 범죄행위이다. 그러나 그의 행위를 단순하게 범법행위라고 치부하고 비난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80년대 민주화투쟁에서 화염병과 각목을 들고 전경과 대치했던 학생들의 경우를 생각해볼 때 물론 범법행위이지만 서슬 퍼런 정권의 폭압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자기방어였음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단순하게 행우 자체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특히나 종교인의 범법행위는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게 신앙적 결단에 따른 경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반인이 사창가에 가는 것은 매춘을 위한 것이므로 불법이다. 그러나 성직자가 사창가에 가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성직자가 사창가에 가는 것은 매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선교의 목적, 종교적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한 목사가 북조선에 간 것은 그가 친북좌파이기 때문에 거기가 좋아서, 찬양하기 위해 간 것이라도 매도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예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실제로 그가 방북을 결심하고 출국하면서 남긴 글에는 그와 같은 신앙적 고민의 흔적이 절절하게 기록돼 있다. 그러므로 그의 방북은 한 친북좌파인 개인으로써의 행위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그는 종교인, 개신교 목사라는 정체성으로 방북한 것이다. 그가 칠골교회, 봉수교회에서 설교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종교의 목적 중 하나가 세계의 평화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한 목사의 방북을 신앙인의 평화적 목적을 위한 행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과거 문익환 목사의 방북에 비해 파급력이 떨어지는 무모하고 모험적인 발상이라는 비판도 재고되어야 한다. 문 목사의 방북은 ‘처음’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처음’은 ‘다음’이 있어야 처음이라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처음은 ‘단 한 번’으로 존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두 번째, 세 번째를 전제해야만 의미를 갖는다. 다행히 지난 10년 동안 합법적으로 북조선을 방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남북관계가 심하게 경색되었고 방문이 전면적으로 불허되고 있다. 지금이 바로 두 번째 방북을 감행해야 할 때이고 한상렬 목사는 그 사명을 감당한 것이다. 그에 따른 모든 고난은 그 자신의 몫으로 고스란히 전가되어야 하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대부분은 막연히 이 정국이 전환되고 화해분위기가 조성될 날만 기다리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럴 경우 통일, 남북 간 왕래는 민중의 욕구와는 관계 없이 전적으로 정부의 결정에 달린 정치적 문제로 전락하게 된다. 그러나 통일은 민중과 민족의 요구이다. 5년마다 바뀌는 정권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민중 스스로가 결정하고 쟁취해야 할 민족민중의 문제이다. 독일통일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목숨을 걸고 베를린 장벽을 뛰어 넘었던 이들의 탈주였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탈주가 이어지자 결국 장벽은 무너졌다.

언젠가는 문이 다시 열리겠지 하고 막연하게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식일 수 있으나 적극적인 태도로 그 문을 열고자 그 자신을 던진 한상렬 목사를 비난한다는 것은 통일을 염원하는 이들이 보일만한 태도가 결코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사회의 통일진영이 지난 10년 동안 너무 정권에 의한 남북교류에 길들여졌거나 아니면 너무 노쇠해진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이명박 정권 이후 꾸준하게 후퇴해오다 결국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남북관계를 보고 어느 누구 하나 신랄하고 격렬하게 저항하고 행동했던 이가 있었던가? 한상렬 목사는 우상화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나름대로의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앞으로도 몇 차례 더 문익환 목사, 한상렬 목사의 뒤를 따라 닫힌 휴전선의 문을 열고자 비슷한 방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더 나타날 것이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 수십 명 수백 명이 이어질 수 있겠고 ‘또야?’하며 식상해 하는 날이 올 테지만 아직은 아니다. 한상렬 목사의 방북은 두 번째 신화가 되어야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상렬 목사가 북조선에서 남한을 비난하고 이명박 정권의 붕괴를 부르짖었다는 듯한 행보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그런 보도를 전적으로 믿지는 않는다. 나는 한 목사와 조금 가까운 사이이다. 물론 ‘빠’는 아니다. 예수살기 조직을 위한 준비모임에서 처음 그를 만났고 이후 1년 동안 창립을 준비하면서 가까이에서 한 목사를 대할 기회가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악수를 할 때 너무 꼭 잡고 좀처럼 놓지 않는 손, 이야기 할 때 가까이 얼굴을 대고 하는 습관 등이 부담스럽긴 하다. 그가 스스로 밝히듯이 1980년 광주항쟁과 관련된 투옥과 고문 등의 내면적 상처와 트라우마가 있어서인지 감정의 기복이 있고 때론 심하게 울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와 잠시 마주 앉아 있다 보면 진실하고 진지한 열정이 있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진보적인 인사라고 하기엔 신앙에 대한 열정도 깊어 보수적이라는 사람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나는 누구인지 정확하게 잘 모르지만 한 목사는 ‘허세욱 열사’ 이야기를 자주 하며 ‘백척간두 진일보’라는 표현을 비장하게 자주 토한다. 이런 한상렬 목사의 면모를 종합해볼 때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무식하게 한국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에게 독설을 쏟아냈을 것 같지는 않다. 무수한 사람들이 무수하게 쏟아내는 추론과 상상 혹은 작당에 물들은 보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 그런 보도를 믿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작금의 언론이 철저하게 정권의 주구 노릇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북조선을 압박하려는 정부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언론이 알아서 기고 있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 악착같이 미어어법을 제정하고 방송언론을 장악하려고 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보도를 신뢰하지 않는다. 또 북조선의 대변인이 한상렬 목사가 이런 말, 저런 말을 했다더라고 방송에 나와 열변을 토하는 것도 별로 안 믿는다. 남이나 북이나 방송은 결국 정권에 충성하는 도구에 불과하지 않은가! 북조선이라고 해서 이명박 정권을 곱게 보겠는가? 이참에 한 목사의 입술을 빌려서 과장하고 조작하고 확대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눈에는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이 이상하게 보인다. 내가 이상한 것인가?

 

나는 한상렬 목사가 갖고 있는 캐릭터처럼 그가 튈려고 애쓰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머리에 긴 수염, 항상 걸치고 다니는 두루마기가 어쩔 수 없이 튀게 되는 외모를 형성하였기는 하지만 튀고 싶어서 환장한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수십 년 운동판에서 활동해왔던 사람이 앞뒤 재지 않고 모험적으로 돌발행동을 할 만큼 유치하다고도 보지 않는다. 한 목사는 우리가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중요한 일을 한 것이고 지금 필요한 일을 한 것이라고 믿는다. 친북좌파 운운하면서 통일세력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사람들이야 쯧쯧 혀를 차며 불쌍하다고 하더라도 통일을 위해 모진 고난 감내하면서 오늘까지 왔던 이들은, 그리고 차마 앞서 통일을 위해 헌신하지는 못했더라도 항상 통일과 민족의 화해를 마음 깊은 곳에 담아두며 기도했던 이들은 한 목사에 대해 격려와 지지의 마음을 아끼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한 목사가 8월 15일에 내려오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 날 오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설령 온다 해도 당분간은 얼굴조차 보기 어려울 것이다. 아쉬운 것은 아쉬운 대로 또 우리는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바를 해야 할 것이다. 올해는 6.15 공동선언 1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다. 한상렬 목사의 헌신적 방북이 이 답답하게 곽 막힌 시대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뒷일을 감당할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몫이다. 가만히 있으면 어느 누가 통일을 물어다 줄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버리고 민중민족의 염원을 담아 적극적인 통일의 시대를 열어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나 역시 작은 노력이나마 보태기를 바라며 이 글을 보는 이들 역시 함게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 나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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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렬 목사가 섬기는 전주 고백교회 강단의 모습, 가마의 형상이 빈 무덤을 상징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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