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 그처럼 가슴 깊이 파고드는 기분...
이런 면에 있어서 항상 재일동포들께 깊은 감사를 느낍니다.
우리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으니까 그 단어의 절절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외국에 사는 이들, 특히 원하지 않는데도 외국에서 살아야만 하는 경우, 원치 않는 땅에서 눈물을 삼키며 살아야하는 동포들에게는 정말 절절한 단어일 것입니다.
전에 '박치기'라는 영화를 보면서 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코미디인 것 같으면서도 코미디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고, 민족주의 영화 혹은 인권영화인 것 같으면서도 또 재미있게 본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박치기2'가 나왔다길래 구해서 봤습니다.
처음에는 좀 지루한 듯 느껴졌지만 후반에 와서는 결국 눈물샘을 자극하고 가슴 깊은 곳에 있는 말 못할 감정을 뒤집어 끌어올립니다.
박치기! Love&Peace (2007, Pacchigi! 2 / Pacchigi! Love&Peace)
장르 드라마
국가 일본
감독 이즈츠 카즈유키
출연 이사카 순야 / 나카무라 유리
각본 이즈츠 카즈유키 / 하바라 다이스케
제작 이봉우
음악 카토 카즈히코
촬영 야마모토 히데오 등
재일조선인들이 당하는 그 부당한 억압과 폭력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일어선 재일학생들이 주인공이었던 1편에 이어 2편은 그들이 성장하여 기성세대에 편입한 시절을 그리고 있습니다. 시대적인 배경은 1970년대 중반입니다.
주인공 리안성의 아들은 근무력증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초등학생입니다. 이 아이를 고치기 위해 리안성은 금괴 밀수업에 가담하고 리안성의 여동생은 연예계에 진출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길이 쉽지는 않습니다.
모든 것이 뒤엉켜 버린 것 같은 상황에서 리안성의 여동생 경자는 오빠를 붙잡고 이렇게 절규합니다.
샌달동장과 가게를 전전하는 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말을 잇습니다.
'왜 우리는 조선인이야? 조신인인줄 알았다면 태어나지도 않았을꺼야!'
출신국이 굴레가 돼야 하는 오늘날의 현실, 특히 일본의 현실...
얼마전에는 일본에서 고군분투하는 재일 조선인 학교에 관한 영화 '우리학교'와 지상파방송국에서 방연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가슴 뭉클함을 느꼈었는데 이 영화도 그런 뭉클함을 전해줍니다.
그리고 그들을 위로할 수 있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내가 영화감상하는 취향이 약간은 독특하지만 이 영화는 추천할 만한 영화입니다.
상업주의 선정성에 물든 영혼을 조금이나마 정화시켜주고 우리 민족, 우리 나라,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해서 돌이켜볼 기회를 줍니다.
다시 한번 이름 없는 수많은 재일동포 여러분께 이름 없는 사람들이 감사 드리며 힘내시라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