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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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시국에 사회참여를 하다보면 저녁 혹은 밤시간에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저녁행사를 마치고 평가담화를 하거나 회의를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히 목요일에 그런 일이 있을 때면 여건 속이 상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들으면 비웃을 지도 모르지만 속상하는 이유는 심야시간대에 하는 드라마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씨티홀이라는 드라마가 벌써 18회인가 진행되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여성 파티쉐 이야기로 인기를 모았던 김선아 씨가 시장 비서실에 근무하는 10급 공무원에서 시장이 되는 과정, 그리고 시장으로써 시민을 위한 정치를 실현하는 과정을 아주 재미있으면서도 공감갈 만한 현실적 상황에 빗대어 그려내고 있는 드라마이다. 처음에는 단순하고 흔한 드라마라고 생각을 했는데 의외의 상황들이 나오면서 IPTV와 인터넷 다운로드를 통해서 처음부터 진지하게 빼놓지 않고 보게 되었다.





너무 재미있고 또 현실적인 정치상황과 맞아 떨어지면서도 정치적 이상향을 제공해주는 것이 유익하다고 생각하여 친하게 지내는 이들에게 얘기하고 또 지인의 댁에 가서 함께 텔레비전을 보았더니 모두들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심지어는 ‘좋은 드라마를 볼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맙다’고 전화까지 해준다.


난 이 드라마를 현대인이라면 꼭 한 번 보고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현대인은 순수한 자연인일 수만은 없다. 물론 자연인이지만 현대라는 상황에서 필수적으로 주어지는 생명력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정치적 생명력과 경제적 생명력이다. 현대인이 어떻게 스스로를 정치와 경제와 무관한 자연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는가! 이미 우리가 사는 땅은 침묵하는 것도 일종의 정치적 행위로 간주되고 있으니 그렇다면 차라리 정치적인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정치적 인간으로써의 정체성을 속히 찾는 것이 나을 것이리라.


요즘 시국기도회를 위해 거리로 나가면 경찰이 길을 막아서면서 ‘정치적인 구호는 안 된다, 이 집회는 기도회가 아니라 정치적 집회다’라고 할 때 코미디를 보는 기분이 든다. 현대인이 당연히 정치적인 동물인데 그 동물들이 모여서 의사를 표현하는데 왜 정치적이라고 막아서는지! 고 전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정국에서도 경찰은 ‘정치집회로의 변질’을 우려하면서 어떻게든 잠재우려고 애를 쓰던데, 이에 대해 진보신당의 노회찬 대표는 ‘그럼 전직 대통령이 죽었는데 정치집회를 해야지 운동회를 나느냐’고 일갈했는데 전적으로 이 말에 동의한다.


아무튼 다시 씨티홀 이야기로 돌아가서, 한 사람이 자신이 가진 정치적 생명력을 깨닫고 결단하여 떨쳐 일어선 정치적 인간으로 성장하게 되는 과정에 가슴이 너무 찡해 눈물을 훔치면서 보고 있다. 일인시위를 하면서 정치적 목적으로 조직된 사람들에게 계란세례를 받으며 야유를 당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을 다 맞고 서있는 연기자의 연기에도 박수를 보냈지만 너무 현실적이어서 놀랐다. 사실 정치적인 인간으로 거듭난다는 것은 주위로부터 심각한 도전과 야유를 받게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공포스럽고 서러우며 치사한 상황을 모두 다 견뎌내면서 더욱 강한 의지를 품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이 내 마음에 큰 위로가 되고 있다. 우리가 우리의 정치적 입장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극복해야할 과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이 드라마를 통해서 새롭게 느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선수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아마추어가 한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는 정치의 달인들이 등장한다. 미리 서너 수를 내다보는 정치의 달인들의 눈에는 이 천둥벌거숭이 같은 한 여자의 행보가 가소로울 것이다. 그러나 정작 정치적 선수들을 이겨내는 것은 오히려 자연인으로부터 출발한 정치적 인간이다. 선수들, 달인들은 무엇을 해야 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너무나도 명확하다. 그러다보니 고개를 숙여야 할 때를 알고 고개를 들어야 할 때를 안다. 그러나 이 여자 시장은 그것을 모른다. 오로지 시민을 위한 시정, 옳고 그른 것에 대한 명쾌한 기준으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고개를 숙여야 할 사람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무릎을 꿇어야 할 때도 꼿꼿이 선다.


우리 정치인들은 스스로를 정치 선수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바람 부는 방향을 알고 계절을 안다. 그래서인지 바람 따라 고개를 숙이고 계절에 따라 새로운 둥지로 날아갈 채비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참된 민주주의적 개혁이라는 과제를 이루지 못한다. 어쩌면 정치 선수라면 이미 그것이 불가능한 과제라는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결코 못해낼 것이다.


야당이 야당이라지만 국민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이 역시 그 당도 선수들이 모여서 이룬 당이라는 한계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거추장스럽고 걸리적거리는 존재로 느껴질 때가 있기도 하다. 그러면 결국 숙제는 하나의 자연인으로부터 출발하여 정치적 생명을 가진 인간으로 성숙하는 과정을 겪는 아마추어인 국민들이 해야 할 일인가보다. 과연 드라마의 신미래 시장처럼 강단지게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살짝 고개를 든다.


그러나 현실로 고개를 돌려 보면 이미 그런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평범한 아줌마에 불과했던 이들이 이랜드 비정규직 사태를 통해 정치적 생명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깨달았다. 그저 부지런히 장사나 할 줄 알던 사람들이 용산 참사를 통해 정치적으로 어떤 결단과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백만이나 되는 국민이 촛불을 들고 시청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했다가 무자비한 공권력의 곤봉세례만을 경험하고는 보궐선거에서 대통령의 정당을 묵사발 냈고 다음번 지자체장 선거를 벼르고 있다. 통쾌한 드라마를 실제로 보는 것 같아서 흥미진진하면서도 더 통쾌하다. 선수나 달인들은 절대 할 수 없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능력이랄까!


그러면서 한 가지 두렵게 깨닫기는 혹시 나도 선수는 아닐까 하는 것이다. 어디서나 운동권을 선수라고 부른다. 기독교계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나도 역시 선수라는 전문성과 더불어 프로페셔널이기 때문에 명백하게 보게 되는 한계에 적당히 고개 숙이고 타협하면서 하나님을 제한하고 구속하며 축소시키는 존재는 아닐까 두려운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전에는 프로가 되고 선수가 되기를 바랬는데 이제는 차라리 선수가 되기를 포기해야겠다.


결국 이 여시장은 승리할 것이다. 드라마이니까. 그러나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꿈을 꿔본다. 그런 꿈을 꿔보라고 만든 드라마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정치적 시기와 딱 맞아 떨어져 그 의미가 더욱 새록새록하다. 드라마는 드라마일뿐이라는 지금까지의 속설을 깨고 정말 국민의 의식을 깨우고 정치선수들이 갖는 두려움과 한계를 넘어서는 풀뿌리 민주주의, 자연인으로 시작하여 정치적 생명력을 가진 정치적 인간으로 성숙하게 자라나는 인민(딱 맞는 단어가 우리에게는 없어서... 이북에서 선점한 단어이지만 조심스럽게 사용해봅니다)을 만들어내는 드라마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정말 순수한 발상이고 기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조심스럽게 바란다. 아니 이 씨티홀이라는 드라마와 관계 없이 그런 기적같은 일이 2009년 한국에서 일어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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