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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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번 보고 참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던 이터널선샤인!
우연하게 EBS에서 다른 영화와 엮어 소개하는 것을 보고는 새삼스레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평범하지는 않은 건망증으로 '좋은 영화'인 줄은 알겠는데 '어떤 영화'인지는 기억이 통 나지가 않아 다시 보았습니다. 조금씩 되살아나는 기억도 있지만 이게 이런 영화였던가 하는 생각이 새삼스러웠습니다.

이 영화는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뒤죽박죽인 시점들이 암시적으로만 알려질 뿐 무심하게 보면 알 수 없는 이상한 영화가 돼버립니다.

간단한 줄거리는 조엘과 클레멘타인이라는 사랑하는 두 남녀가 시간이 흘러 서로에게 권태를 느끼다가 헤어지게 되는데 여자가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에 가서 남자와 연관된 기억을 모두 지우게 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남자도 그 회사에 가서 여자와 연관된 기억을 지워버립니다. 기억을 지우고자 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만 결국 다 지워지게 됩니다. 그러나 암시적으로 남은 기억으로 여자와 남자가 처음 만난 바닷가에서 다시 처음 만난 관계로 재회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다시 서로에게 끌리게 됩니다. 그런데 돌발적인 상황으로 서로가 전에 사랑했고 서로를 지겨워했으며 기억을 지워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자 급속하게 끌렸던 감정이 혼란으로 뒤바뀌며 당황한다. 마지막 장면은 ...
"우리는 곧 서로를 거슬려하고 지루하게 여기게 될텐데..." 하는 말에 "괜찮아(ok), 그러면 어때!(ok)" 라는 대답이 이어집니다...

위와 같은 줄거리가 복잡하게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니 영화보는게 쉽지는 않겠죠. 단지 시간을 암시하는 것은 오렌지 색과 파란 색(영화에서는 루인블루라고 표현됩니다)으로 바뀐 여자의 머리색입니다.
난 영화를 보면서 감동을 잘 받는 편인데 중간의 몇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기어이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습니다.

신학대에 입학해서 처음 들은 과목이 '기독교개론'이었는데 어거스틴의 '고백록'을 앍이면서 진행된 수업이었습니다. 어거스틴도 시간에 관한 많은 고민이 있었던지 시간과 관련된 언급이 종종 나타납니다. 그 수업시간에서 소개해준 책 중에 '시간과 두 왕국'인가 하는 어거스틴의 책도 읽어보았습니다.
어거스틴은 시간을 정의내리는데 과거는 기억 속에 존재하며 현재는 실존이고 미래는 기대라고 이해하더군요. 많은 부분 공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줍지 않게 나름대로 시간을 정의내려보고픈 시건방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현재라는 것입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식의 직선적 시간관에서 현재가 점하는 중요성이라는 차원의 거창한 시간론은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도 이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뒤죽박죽으로 섞어놨나 봅니다. 과거와 현재라는 틀과 개념을 벗어나기 위한 기법이라고나 할까요.
이 두 남녀가 과거의 실패를 알게 되었지만, 어쩌면 똑같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랑하는 감정에 이끌린다는 것, 그리고 현재를 선택했다는 것이 감동이 되어 내 눈물샘을 자극하였습니다.
내 눈물샘이 자극된 것은 아마도 그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가 감동적이었다기보다는 현재를 선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내 자신에 대한 연민 때문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지금 네 감정에 충실하라!
지금 네 옆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
지금 네게 주어진 삶을 살아라!
지금 네 앞에 펼쳐진 그 길을 걸어라!

오늘날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과도하게 과거에 집착하거나 미래에 기대하고 있어서 현재를 누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현재를 살아본 적이 없을 것 같습니다. 장황하게 말하면 현재라고 느낄 틈 없이 현재에 너무 충실하여 결국 현재를 살아보지 못했다고나 할까요... 무슨 선문답이 돼버렸습니다.

현재를 귀하게 살아감으로 오늘을 누리는 인생이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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