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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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이 빠질세라 꼭 붙잡고 본 괴짜가족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도무지 정상적으로 보이는 캐릭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물들이 나오는 말 그대로 만화인 이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꽤 많이 보았습니다. 그 시리즈 중에 이소룡 옷을 입고 다니는 체육선생인가가 있는데 어느날 고속도로 가운데 있는 중앙분리대 녹지에 떨어지는 사고를 당합니다. 거기에서 이 선생은 몇 달을 살면서 역시 골 때리는 삶을 삽니다. 아내와 정말 웃으면서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김씨 표류기는 설정이 이 애니메이션과 유사합니다. 자살을 하려던 김씨가 한강 밤섬에 걸려서 거기에서 몇 달을 지내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코쿤족이라고 하나요? 자기 방 밖으로 수년 간 나오지 않으면서 그 안에서 모든 생활을 하는 한 여성의 김씨 지켜보기가 어우러진, 많이 웃으면서도 또 많이 가슴 뭉클한 경험을 하면서 본 좋은 영화였습니다. 물론 코믹한 설정이 전혀 현실적이지 않고 일본식 설정도 어색한 부분이 많은, 억지스런 영화이지만 생각할 것을 많이 전달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몇 가지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김씨가 자살을 결심하는 이유는 은행부채 때문입니다. 코믹한 영화이지만 그 출발점은 참 가슴아픈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요즘 부채로 자살을 선택하는 이들이 부쩍 늘은 현실에서 공감이 가면서 마음이 짠하더군요.

 

사회에서 무능하다고 따돌림 당하는 김씨는 우연히 밤섬에 표류하게 되면서 처음에는 두려움을 느끼지만 곧 혼자 있는, 완벽한 심심함에 빠져듭니다. 세상의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김씨는 우연히 짜장(표준어는 자장이라고 하지만 저는 그냥 짜장이라고 할랍니다)라면 봉지에 든 스프를 발견하고는 짜장에 대한 애절함을 느낍니다. 그리고는 그동안 짜장면을 가볍게 여겼던 지난 날을 반추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반성합니다. 그것은 비단 짜장면 한 그릇에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것입니다. 일상 가운데 너무나도 익숙해서 오히려 가볍게 여겼던 모든 것들에 대한 반성을 보는 이들에게 촉구하는 장면인 것 같았습니다.

 

그는 곧 그 스프를 이용하여 짜장라면을 만들어 먹기 위하여 농사를 짓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연하게 자란 옥수수로 가루를 만들어 면발을 만드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에게 있어 짜장은 희망이었습니다. 그를 지켜보는 코쿤족 여성이 그와 정신적인 교류를 하면서 그를 위해 짜장면(짜장, 간짜장, 삼선짜장에 만두 서비스까지)을 배달시켜줍니다. 그러나 김씨는 그 짜장을 되돌려보내면서 짜장은 자기에게 희망이라고 말합니다.

그 장면 중에 짜장라면 봉지에 적힌 ‘희망소비자가격’이라는 문구 중에 희망이라는 단어를 클로즈업 하면서 희망이라는 주제를 부각합니다. 그런데 그 장면을 보면서 약간 소름이 끼치는 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희망이라는 것은 결국 가격, 즉 자본주의 안에서나 허용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방에 틀어박혀서 인터넷을 통해 익명의 존재로써 세상과 소통하던 여성, 정말 외로운 여성이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은 마찬가지로 극도의 외로움을 겪는 김씨였습니다. 동병상련인가요, 가난한 이의 심정은 가난한 사람이 알고 아픈 사람 심정은 아픈 사람이 단다고 결국 외로운 사람의 친구는 외로운 사람인가 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모두가 다 외로운 사람들인데 자신의 외로움을 이런저런 방식으로 감추면서 살아갈 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외로운 우리들이 서로의 친구와 말동무가 되어주어야 할 필요가 있겠지요.

 

우여곡절 끝에 밤섬에서 나오게 된 김씨가 다시 찾아가는 곳은 63빌딩입니다. 김씨가 자살을 하려고 했지만 실패하고는 밤섬에서 63빌딩을 바라보며 하는 말이 ‘63빌딩에서라면 확실히 죽을 수 있을텐데’ 하는 것이었습니다. 밤섬은 무능하고 사회에서 도태된 이가 자유를 경험하면서 삶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습니다. 거기에서 쫓겨난 김씨가 다시 찾아갈 곳은 없었고 다시금 죽음을 떠올리게 됩니다. 분명히 우리의 현실입니다. 아무 곳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없는 현실...

 

그러나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왜냐하면 마음을 나눌 친구를 발견하게 되었으니까요. 김씨의 구원을 향한 출구는 돈이 아니었습니다. 밤섬도 아니었구요. 바로 외로움을 나눌 친구였던 것입니다. 물론 코쿤족 여성도 마찬가지구요. 희망은 결국 관계, 친구였습니다. 모든 생명은 간절하게 친민할 관계를 요구합니다. 단지 그 사실을 모르거나 혹은 알면서도 모른척할 뿐이지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또 하나의 김씨인 나로써는 참 많은 생각을 하고 공감을 하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물론 또 하나의 김씨인 여러분들에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리라고 여깁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좋은 친구가 되는 세상! 그렇다면 오늘의 이 불행과 다툼, 대결도 없어지겠지요. 저는 그 관계의 한 가운데서 밤섬과 같은 하나님, 예수님을 떠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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