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6일 성탄절후 제1주 송년주일 좋은만남교회 낮 예배 설교
'광야를 기억해!'
이관택
본문: 신명기 8장 2~6절
2 당신들이 광야를 지나온 사십 년 동안, 주 당신들의 하나님이 당신들을 어떻게 인도하셨는지를 기억하십시오. 그렇게 오랫동안 당신들을 광야에 머물게 하신 것은, 당신들을 단련시키고 시험하셔서, 당신들이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는지 안 지키는지, 당신들의 마음 속을 알아보려는 것이었습니다. 3 주님께서 당신들을 낮추시고 굶기시다가, 당신들도 알지 못하고 당신들의 조상도 알지 못하는 만나를 먹이셨는데, 이것은, 사람이 먹는 것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는 것을, 당신들에게 알려 주시려는 것이었습니다. 4 지난 사십 년 동안, 당신들의 몸에 걸친 옷이 해어진 일이 없고, 발이 부르튼 일도 없었습니다. 5 당신들은, 사람이 자기 자녀를 훈련시키듯이, 주 당신들의 하나님도 당신들을 훈련시키신다는 것을 마음 속에 새겨 두십시오. 6 당신들은 주 당신들의 하나님의 명령을 잘 지키고, 그의 길을 따라가며, 그를 경외하십시오.
'내 잔이 넘치나이다'라는 표현을 들어보신 분이 계십니까? '내 잔이 넘친다'라는 표현은 이스라엘의 광야에서, 손님 접대를 할 때 자주 쓰는 말입니다. 뜨거운 태양아래 몇 일씩 힘겹게 광야 길을 걷고 또 걸어 친구 집에 도착합니다. 이 때 친구는 발 씻을 물을 내어 주고 맛있는 식사와 시원한 음료수를 대접합니다. 물이 너무나도 귀한 그 광야 땅에서 주인이 친구에게 줄 포도주 잔을 가득 채운다는 것은 바로 존경과 사랑 그리고 진심어린 환영을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잔을 채워주는 것! 또 그 환대를 받으면서 내 잔이 넘칩니다!하고 감사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삭막한 광야에서 사람과 사람이 함께 만나고 함께 정을 나누는 방식입니다. 시편 23편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1 주님은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 없어라. 2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신다. 3 나에게 다시 새 힘을 주시고, 당신의 이름을 위하여 바른 길로 나를 인도하신다. 4 내가 비록 죽음의 그늘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주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고, 주님의 막대기와 지팡이로 나를 보살펴 주시니, 내게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5 주님께서는, 내 원수들이 보는 앞에서 내게 잔칫상을 차려 주시고, 내 머리에 기름 부으시어 나를 귀한 손님으로 맞아 주시니, 내 잔이 넘칩니다. 6 진실로 주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내가 사는 날 동안 나를 따르리니, 나는 주님의 집으로 돌아가 영원히 그 곳에서 살겠습니다.
5절을 보면 하나님께서 나를 어떻게 맞아주신다고 합니까? 바로 나를 '귀한 손님'으로 맞아 주신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귀한 손님으로 맞아주시니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요? "내 잔이 넘칩니다." 예 그렇습니다. 여러분께서는 하나님께서 '나를' '귀한 손님'으로 맞아주신 다는 사실을 믿으십니까? 내가 이 광야 같은 인생길 힘겹게 걷다가 하나님을 만났을 때, 하나님께서 나의 발을 씻기시고, 나의 잔을 넘치게 부으시는 분이라는 것을 신뢰하십니까? 그럼 함께 대답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내 잔이 넘칩니다." 이번에는 우리 함께 신앙의 길을 가는 동행자, 옆의 성도님을 보시면서 한번 몸으로 표현해 보시겠습니다. 두 분씩을 짝을 지으신 다음, 한 분이 잔을 부으시고, 다른 분은 잔을 받으십시오. 그리고 대답하는 겁니다. '내 잔이 넘칩니다!'
'내 잔이 넘칩니다!'라는 말은 정말 멋진 표현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포도주 잔은 장소와 상황에 따라 어떨 때는 기쁨의 잔이 될 수도 있고, 어떨 때 슬픔의 잔이 되기도 합니다. 잔치와 연회에서 그야말로 포도주 잔은 없어서는 안 될 '기쁨의 잔' 이지만 장례식장에서 포도주 잔은 '슬픔의 잔'입니다. 여기서 변하지 않는 사실!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그 상황을 함께 나누고, 함께 잔을 나누는 그 행위 안에 담겨진 의미! 바로 서로에 대한 진정한 신뢰와 사랑을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가득한 우리 인생여정에서도 우리의 잔은 '기쁜잔'도되고 '슬픈잔'도 됩니다. 어떨 때는 가슴이 벅찬 희망과 기쁨으로 가득할 때가 있고, 또 어떨 때는 끝을 알 수 없는 절망의 나락을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나님과 나 사이의 관계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어떤 상태에 있을 지라도 나를 귀한 손님으로 맞아 주신 다는 사실! 바로 나의 잔을 넘치게 채워주신다는 사실입니다. 비록 지금 내가 너무나 큰 절망을 맛보고 있을지라도 나와 함께 절망을 나누고자 찾아오시는 분이 하나님이십니다.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바로 하나님 '내 잔이 넘칩니다'하면서 힘을 내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거죠. 바로 하나님을 믿는거죠. 또 지금 내가 너무나 기쁘고 하는 일 마다 잘 될 때에도 "하나님 내 잔이 넘칩니다." 하나님께서 감사하는 것입니다. 또 자칫 교만해 질 수 있는 나를 추스르고 하나님 앞에 겸손해 지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좋은만남교회 성도 여러분! 오늘은 2010년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지난 시간 돌아보면 어떻습니까?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고, 시간과 세월에 조금 둔감했던 시간들, 어떤 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또 어떤 일들은 조금 아찔하기도 했던 힘겨웠던 순간들 아니었습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함께 동행해 주시는 하나님 앞에 '내 잔이 넘칩니다'. 라고 고백할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이 되길 소망합니다.
유대문헌인 '미쉬나'에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하여 가나안에 가기까지 40년간의 광야생활을 마치 하나님과의 허니문기간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부부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언제일까요? 바로 신혼의 단꿈이 젖어있는 허니문기간일 것입니다. 설레이는 신혼여행의 추억과 더불어 서로를 알아가고, 이제 막 서로를 경험하고, 점점 더 신뢰하고, 뜨겁게 사랑하는 기간이 바로 허니문기간 아닙니까? 이스라엘의 광야 40년은 비록 몸은 힘들고, 고단하였을지 모르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마치 하나님과의 '신혼여행'처럼 기억되는 기간입니다. 또 '광야'는 신혼여행을 갔던 그 여행지처럼 하나님과의 경험과 추억과 기적들이 쌓여있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광야가 서양의 헬리니즘의 시각으로 볼 때는, 불모지, 버려진 땅, 생명이 없는 곳, 죽음의 땅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유대 민족에게 광야는 바로 '하나님을 만나는 곳'입니다. 홍해의 기적을 체험하고, 만나와 메추라기를 배부르게 먹고, 하나님의 음성을 직접 들었던 곳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과 세례요한을 비롯한 수많은 예언자들은 이 광야로 나갑니다. 하나님과 우리 조상들이 함께 지냈던 그 광야의 바로 그 하나님을 만나기 위함입니다. 아무리 불모지라도, 생명이 없는 죽음 땅이라 하더라도 하나님을 만나는 그 곳은 기적의 땅이요. 지금의 나를 존재케 한 생명의 땅이 됩니다.
오늘 본문 말씀 2절을 보면 "당신들이 광야를 지나온 사십 년 동안, 주 당신들의 하나님이 당신들을 어떻게 인도하셨는지를 기억하십시오."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서, 이 '광야'처럼 평생에 여러분의 마음에 담을 만한 그러한 순간들이 있으십니까? 마치 허니문과 같이 설레임과 따뜻했던 하나님과의 교제의 시간들이 있으십니까? 아님 신앙적인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간직할 일들이 많이 있으십니까? 바라기는 하나님이 우리 삶의 한 절 한절을 인도하시고 있다는 그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세상의 눈으로 바라 볼 때, 우리 인생이 불모지 같은 인생, 생명도, 없고, 희망 없는 그러한 인생으로 보여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요. 우리 삶 가운데, 하나님을 만나신다면, 아니 지금 나의 삶에 하나님께서 동행하고 계시다는 그 사실 깨닫게 된다면, 막막했던 나의 삶이, 보잘 것 없는 나의 2010년이 하나님을 만난 시간, 하나님 만난 공간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기억하십시오. 지금 여러분은 하나님과 만나고 있는 것입니다.
3절을 보면 "주님께서 당신들을 낮추시고 굶기시다가, 당신들도 알지 못하고 당신들의 조상도 알지 못하는 만나를 먹이셨는데"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당신도 알지 못하고, 당신들의 조상도 알지 못하는 것, 바로 처음 만나는 하나님의 기적이 '만나'입니다.
우리 일상을 돌아보면 매번 같은 삶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삶은요. 매일 매일이 새로운 날입니다. 바로 '새날'을 사는 것은 신앙인의 가장 큰 특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단 한번 밖에 오지 않는 '새로운 날'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조상들도 만나보지 못했고, 또 우리 자신들도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던 하나님의 기적을 만나볼 수 있는 바로 그 날입니다. 그 누구도 볼 수 없었던 하나님, 이제까지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바로 그 날입니다. 그 누구도 행하지 못했던 기적을 내 손으로 만들어 가고, 순간 순간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소중한 기적들을 발견할 수 있는 그 날입니다.
사실 '만나'는 만나는 것입니다. 만드는 것이 아니잖아요. 하늘에 내려오거나, 마치 이슬처럼 땅 위에 수북히 쌓여있는 것! 내 힘으론 안되지만 하나님의 능력으로, 또 하나님을 만남으로 가능한 것이 만나입니다. 우리 인생 가운데에도, 이 만나처럼 처음 만나는 하나님의 기적들이 수북히 쌓여 있습니다. 내 삶의 곳곳에 담겨 있는데도 알지 못하는 하나님 신비! 이 신비를 하나 하나 알아가는 것이 바로 신앙여정입니다.
광야를 볼 때, 막막합니다. 어디가 처음이고 어디 끝인지 알 수 없지요. 40년 동안 광야를 해맸던 이스라엘 백성들 생각하면 얼마나 막막했을까요?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가 가늠이 안가지 않습니까? 다행히 이들에게는 애굽이 시작이고, 가나안이 끝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는 1년이라는 시간을 보냅니다. 사실 웃기는 것이 달력이 없었을 때는 1년이라는 시간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나이 한 살 먹는다는 개념도 없었을 것입니다. 때가 되니, 눈이 오고, 때가 되니 봄이 되고 뭐 이런 식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시간을 정하고 달력을 만들고 1년이라는 단위를 정해서, 한해의 처음과 끝을 만들어 놓는 것은 참 막막 우리 인생을 의미있게 만들고자 한 선인들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한 해를 돌아보고 나 자신을 반성하고, 성찰하게 됩니다. 또 다가오는 새해에는 더욱 성장할 나를 꿈꾸며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요 원래 시작과 끝은 같은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실상은 시작과 끝이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광야는 특히나 그렇습니다. 시작인 것 같으면 끝이고 끝인 것 같으면 시작이죠. 성서를 보십시오. 하나님의 천지창조가 끝나는 시점이 바로 아담이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요셉이 애굽의 총리 대신이 되는 시점이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이 시작되는 시점입니다. 40년 광야의 끝이 가나안인데, 실상 가나안은 이스라엘 왕국을 위한 시작점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끝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합니다. 광야는 우리에게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끝은 곧 새로운 시작임을 말입니다.
"바람이 멈출때"라는 유명한 동화책이 있습니다. 그 동화에서 한 아이가 엄마에게 자꾸 물어봅니다. 아이는 낮이 끝나고 해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습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낮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어딘가에서 다른 낮을 준비하는 거란다. 그리고 세상에는 영원히 끝나는 건 없다고 말합니다. 아이는 또 물었습니다. 바람이 그치면 어디로 가냐고. 엄마는 어딘가 다른 곳으로 불어가서 다른 나무들을 춤추게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럼 모래에 부서진 파도는 어떻게 되나요? 아이가 물었습니다. 파도는 바다에 스며들어 새로운 파도를 만든다고 엄마가 대답했습니다. 아마도 그 파도는 물고기들에게 신선한 공기도 날라주겠지. 폭풍이 끝나면 비는 어디로 가나요? 폭풍은 구름이 되어 다른 폭풍을 만들러 간단다. 폭풍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으니까. 또한 폭풍이 끝나면 눈부신 햇살이 비추지.
파도가 끝날 때 파도는 다시 바다에 스며들어 새로운 파도를 만듭니다. 하지만 같은 파도가 아니죠. 신선한 공기를 바다 속으로 날라주어 물고기들을 살리는 생명의 파도가 됩니다. 끝은 새로운 시작입니다. 하지만 똑같은 날의 반복은 아닙니다. 파도가 공기를 바닷 속으로 나르듯 우리는 하나님의 기적을 우리가 사는 곳곳에 나르고, 생명을 살리는 것이 바로 우리의 새로운 시작입니다. 계속됩니다. 하나님의 사랑도, 하나님의 은혜도 계속됩니다. 바로 여러분을 통해서 말입니다.
여러분 광야를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에게 허락된 기적의 만나를 만나시고, 우리가 가는 곳곳에 생명을 전달하며, 진정한 새날을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한 해 동안 가득했던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2010년이 저무는 그 순간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또 다가오는 2011년 우리에게 그 누구에게도 주신 전 없는 처음 만나는 새날을 주실 것입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또 새 삶을 결단하는 마음으로 한 주간 살아가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