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예수감동
성서본문 : 누가복음 19,41-44
41 예수께서 예루살렘 가까이에 오셔서, 그 도성을 보시고 우시었다. 42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오늘 너도 평화에 이르게 하는 일을 알았더라면, 좋을 터인데! 그러나 지금 너는 그 일을 보지 못하는구나. 43 그 날들이 너에게 닥치리니, 너의 원수들이 토성을 쌓고, 너를 에워싸고, 너를 사면에서 죄어들어서, 44 너와 네 안에 있는 네 자녀들을 짓밟고, 네 안에 돌 한 개도 다른 돌 위에 얹혀 있지 못하게 할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들어가며 : 지금까지 우리의 삶을 통해 우리와 함께 하시고 또 앞으로도 영원까지 우리와 함께 해주실 하나님께서 2011년 새로운 해를 맞아 첫 주일에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로 세우신 교회에 나와 예배하며 친교하고 또 복을 비는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한없는 은혜와 자비를 베푸시기를 성어버이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복 많이 받으라고 말하는 데 싫다고 할 사람 없는 게 한국사람이 아닌가 합니다. 너무 복 복 하면서 복을 비는 기복적 신앙행태에 대해서 불만도 많았고 또 거부감도 많았습니다. 마치 복을 받기 위해 하나님을 믿는 것처럼 교회가 복을 주고받고 사고팔고 하는 것 같아 문제가 많다고도 생각했습니다. 물론 복을 받기 위해 하나님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나님이 베푸시는 복을 받지 못한다면 우리 삶에 어떤 기쁨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매일매일 사랑하는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 보는 것도 복이고 호흡하고 사는 것도 복이고 하루 세끼 식사 꼬박꼬박 하는 것도 복이고 주일이면 이렇게 교회에 나와 함께 예배하고 교제하는 것도 복입니다. 복에 미치지는 말지만 그래도 하나님의 복을 기쁘고 감사하게 받아 잘 누릴 수 있는 우리들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부탁합니다.
들어가서 : 무엇보다도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들과 우리의 교회를 자라나게 하시고 돌봐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2006년 이후 이 자리로 이사 오고 건축하고 한 후에 몇 년 동안 힘든 시기를 보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참된 신앙이 무엇인지, 무엇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무엇이 참된 교회의 모습인지 고민하면서 지내왔는데 이제 그 고민과 기도, 헌신과 신앙실천의 열매를 거두게 되었다고 믿고 감사 드립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를 인도하시는 이가 하나님이시고 또 우리 자신이 그 부르심에 잘 응답을 했다고 믿습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 박수를 보내기 원합니다.
모든 건강하게 살아있는 것은 성장을 한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아이 때는 육신이 성장하고 성인이 되면 정신이 성장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물론 성장지상주의로 빠지면 안 됩니다. 성장지상주의는 성장에 대한 욕심입니다. 욕심 때문에 무리한 시도를 하고 원칙을 저버리게 됩니다. 우리가 그런 탐심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스스로 경계해야 합니다만 지금 우리교회는 한참 성장하고 자라나고 성숙해져야 할 시점에 있습니다. 우리교회가 더욱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여러분 자신이 자라나고 성숙하고 또 건강해 지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잘 자라났다지만 앞으로 잘 자라지 못하고 앞으로 성장이 멈춘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지금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이 바로 그렇습니다. 왕년에 잘 나갔다는 걸로 먹고 살고 버티고 있지 지금은 오히려 손가락질 받기 일쑤입니다. 우리교회는 작년에 잘 자라난 것처럼 올해도 잘 자라날 수 있도록 하나님의 은혜와 우리들의 헌신이 쌍을 잘 이루어 결실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새해에는 우리교회가 더욱 좋은 교회, 하나님과 이웃과 소통하면서 좋은 만남을 만들어가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기도하고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엊그제 송구영신예배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참 기뻤습니다. 틀에 박힌 송년회가 아니어서 좋았고 그저 가볍게 즐기는 시간에서 뭔가 고민하고 생각하고 현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채워진 송년회라서 의미 깊다고 생각했습니다. 퀴즈대회에서 시사문제를 내는 것도 새로운 시도였는데 그것을 잘 맞추시는 것을 보고 또 놀랐습니다. 준비해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 분들을 위해서 다시 한 번 박수를 칩시다!
목회를 하면서 줄곧 좋은 교회는 어떤 교회일까 고민해왔습니다. 좋은 교회는 고사하고 그저 교회단운 교회도 별로 못 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교회는 교회다워야 하고 교인은 또 교인다워야 합니다. 그러나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교회답다는 것과 교인답다는 것은 이상하게 보수적이고 폐쇄적이고 가식적이고 외양에 치중하고 권위적이고 유치하고 특이한 어떤 것이었습니다. 이상하게도 하나님 말씀과 관계없는 교회가 만들어지고 또 예수님의 삶과 관계없는, 알 수 없는 하늘나라를 지향하는 그런 교회와 교인들이 돼버렸다는 말입니다. 성서가 전하는 하나님과 예수님이 교회의 필요를 위해 권위적이고 또 폐쇄적이고 특이하고 보수적인 존재들이 돼버린 것입니다. 가짜가 진짜가 돼버려서인지 진짜들이 오히려 이단 같고 가짜들이 더 진짜 같아져버렸습니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예수님이 말씀하셨는데 이상하게 부자와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구름떼같이 모이는 곳이 교회입니다. 뭔가가 어디서부터인가 어긋났다는 증거입니다. 그래서 바른 교회의 모습을 찾고 바른 교회가 되는 목표를 세우고 이제 3년동안 신앙훈련을 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헌신과 실천, 용기와 결단을 부탁드립니다.
예수감동이라고 목표와 슬로건을 정했습니다. 한자어 표현을 해석하면 예수의 마음을 따라 움직이자, 살자는 것입니다. 교역자들이 신년도 목회계획 세미나를 하는데 전도사님이 ‘생명감각이 움트는 교회’로 하자고 했는데 ‘생명감각’이라는 단어가 모호하고 생소하다고 하여 의견을 내다가 예수감동으로 하자고 했습니다. 원래는 예수감동(感同), 예수님의 마음과 같아지자는 뜻으로 정했는데 전도사님이 뭔가 역동성이 부족하다고 느끼셔서 예수감동(感動)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무튼 우리교회는 앞으로 3년 동안 예수님의 마음을 따라 움직이는 교회로 체질개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마음을 따라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예수님의 마음이 내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마음과 내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감동(感同)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면 결국에는 가짜 신앙 혹은 자신의 욕망이 투영된 신앙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내 마음을 예수님의 마음과 동일시합니다. 주체가 바뀐 것입니다. 내 마음이 예수님 마음이 아니라 예수님 마음이 내 마음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우리가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릴 때 우리는 비로소 작은 예수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재작년 1월에 터졌던 용산참사를 보면서 사람들은 철거민들을 욕했습니다. 보증금 1-2억씩 내는 중견 상가임차인들이 무슨 철거민이냐는 것이지요. 그들이 배부른 투쟁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별로 동조를 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종로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임차인들이 쫓겨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제서야 그들이 아뿔싸 했습니다. 겪어보지 못한 이들은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마음이라도 그들의 마음이 되고자 했던 이들은 그 아픔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겠지만 같은 마음이 되지 않은 이들은 나중에 자기가 그런 일을 겪고 난 후에야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 마음이 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예수님은 오늘 말씀에서 하나님과 한 마음이 되셨습니다. 예루살렘이 장차 당하게 될 일로 가슴 아파 하시는 하나님의 그 안타까움을 예수님은 그대로 느끼신 것입니다. 그래서 그 성을 보고 눈물을 흘립니다. 외아들이 죽어버린 한 과부 여인을 보고는 깊은 연민을 느끼시고는 장례행렬을 멈춰 세우십니다. 베드로의 장모가 열병에 걸린 것을 보고는 자기 장모라도 되는 듯 안타까워 하십니다. 삭개오를 대하실 때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삭개오의 속을 헤아리십니다.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의 외식을 보시고는 자기 자신이 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불같이 화를 내십니다. 성전에서 장사하는 이들을 보실 때도 하나님의 분노를 직접 느끼십니다. 이제 예수님이 흘리는 눈물을 보고, 예수님이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셨던 것처럼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려야 할 것이 누구이겠습니까? 바로 우리들입니다.
멸망과 심판의 운명에 처한 이들을 보고 안타까워하고 그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하나 되는 마음이 이제 우리 좋은만남교회 성도들이 가져야 할 마음입니다. 또 어려움과 고통 가운데 처해 힘겨워하고 아파하는 이들을 보고 그들의 마음을 바로 우리의 마음으로 받아 안을 때 거기에는 사랑의 기적이 자라나게 되겠지요. 이것 역시 좋은만남 성도들이 가져야 할 마음입니다.
불교에는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천상천하 세계에 오직 나만 존재한다는 식으로 해석하여 교만한 사람, 독불장군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세계에 나 아닌 것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즉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 타인들, 곤충 한 마리까지도 다 나와 같은 존재, 나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입니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자기 하기 싫은 것을 타인에게 강요할 수 없고 타인의 고통이 바로 자기의 아픔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마음,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와 한 마음이 되시는 예수님의 마음과 한 마음이 될 때에 천상천사예수독존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럴 때에 우리는 예수님이 하셨듯이 불의에 맞서고 고통을 나누며 자비에 넉넉하고 생명과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성도들로 참된 교회, 참된 성도의 모습을 회복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거기가 바로 하나님 나라가 될 줄로 믿습니다.
나가며 : 우리는 그동안 예수님이 우리의 마음을 알아주실 것만 생각했지 우리가 예수님의 마음을 알아줄 것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국기독교 신앙은 기복적이 돼버렸습니다. 그러나 거기에서 천국을 찾지는 못합니다. 천국은 우리가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예수님을 따를 때 우리 앞에 나타납니다. 부디 예수와 감동하고 예수에 감동하고 예수와 연합하는 성도들이 되시는 한 해가 되시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