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니 드 멜로 지음 / 김상준 옮김 / 분도출판사
이 시대 잊혀진 영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깨달음의 영성을 소개합니다. 깨어있는 성도도 성숙하기 위하여 연재하는 이 글을 통해 영성의 세계로 나아가십시오.
1130-0724
초연함 4
우리 문화와 우리 사회 일반이 나의 애착들에 따라 사람들을 보도록 날 가르쳤기 때문이죠. 심리 치료사나 영적 지도자 같은 일견 객관적인 사람들까지도 누군가를 두고 “그 사람 대단한 친구야, 대단한 친구라구. 난 정말 그가 좋아”라고 말하는 걸 보면 썩 재미날 때가 더러 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면 내가 누구를 좋아하는 건 그가 나를 좋아하지 때문이죠. 나 자신을 들여다보노라면 똑같은 고질이 새삼 도지는 걸 발견하게 되죠. 인정과 찬사에 집착하면 사람들을 볼 때 그들이 그 집착을 위협하느냐 아니면 조장하느냐와 관련지어 보게 됩니다. 당선을 바라는 정치인이라면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어떤 방향으로 나타낼까요? 자기에게 투표할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겠죠. 섹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남자나 여자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권력에 애착한다면 권력에 물든 색안경을 통해서 인간을 보게 되죠. 애착은 사람의 능력을 파괴합니다. 무엇이 사랑입니까? 사랑은 감수성입니다. 깨어 있는 의식입니다. 한 예로, 교향곡을 들으면서 드럼 소리만 듣고 있다면 교향곡을 듣는 게 아니죠. 무엇이 사랑하는 마음입니까? 사랑하는 마음은 생명의 전부에, 모든 사람들에게 민감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라도 혹은 무엇에 대해서라도 모질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이 사랑이라는 말에 집착하게 되는 순간 다른 많은 것들을 배제해 버리게 됩니다. 집착의 대상을 보는 눈만 있을 뿐, 드럼 소리를 듣는 귀만 있을 뿐, 마음은 모질어진 겁니다. 게다가 눈마저 멀게 되죠. 집착의 대상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게 되니까. 사랑에는 지각의 명료성이, 객관성이 따르는 법입니다. 사랑처럼 눈 밝은 것은 없습니다.
(끝)